‘정이월에 대독 터진다는 말이 있다. 딴은, 간간이 부는 천변 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는 하다. 그래도 이곳, 빨래터에는, 대낮에 볕도 잘 들어, 물 속에 잠근 빨래꾼들의 손도 과히들 시립지는 않은 모양이다.’
1930년대 청계천 풍경과 서민들의 삶을 그린 작가 박태원(1909~1986)의 장편소설 ‘천변풍경’ 에서 흘렀던 청계천의 맑은 물을 우리는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청계천은 서울시의 암흑지대, 도시의 사각지대이자 버려진 공간, 잊혀진 공간으로 불려져 왔다. 이런 어두운 근대 역사를 갖고 있던 청계천에 다시 물이 흐르게 하고 바람이 통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본교 원제무(공과대·도시공학) 교수의 역할이 지대했다. 원 교수는 청계천 복원의 주요정책을 심의·평가하는 ‘제2기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교통분과위원장으로서 청계천복원사업을 선봉에서 진두지휘했다.
청계천의 물이 되살아나면서 주변 조경도 환경 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될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다. 이에 대해 원 교수는 “청계천 복원은 서울이 세계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기 위해선 반드시 해내야 할 대역사였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청계천 옛 다리 복원에 서울시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여론의 비판에 원 교수는 “서울시가 이조 6백년을 거쳐 온 교량들을 철저한 고증 없이 새 교량 만들기에 급급해서 옛것의 아름다움은 영영 잊혀지게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도시에도 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 교수. 그는 혼이라는 것은 그 도시가 역사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말한다. 즉 생태·환경도시 그리고 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만이 진정으로 혼이 담긴 도시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원 교수는 도시라면 갖춰야 할 세 가지 역량으로 ‘색깔, 영혼, 끼’를 들었다. 각 도시만이 고유한 세 가지 역량이 정립 될 때 더 나은 삶의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원 교수가 펴낸 ‘원제무의 도시문화 오딧세이’나 최근의 ‘서울의 영감, 풍경의 매혹’ 에서는 아름다운 도시문화를 꿈꾸는 원 교수의 이상이 수채화에 담겨져 있다. 이에 관해 원 교수는 “도시건축을 하는 데 있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그림을 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세계의 100여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점을 80년대부터 그림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림으로써 자신의 이상을 담아보고 아울러 이쪽 분야에 관심 있어 하는 학생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자 하는 그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끝으로 원 교수는 도시개발과 꿈을 이루고자 하는 학생 모두에게 목표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시개발에 있어 50년 후에 서울의 도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는 것처럼 꿈을 이루고자 하는 학생도 목표를 세우면 해야 할 일들이 잡힌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성공의 필수요건은 믿음입니다”라며고 말했다. 이어서 “꿈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믿음으로 그 꿈을 집요하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하는 그의 진지한 표정에서 삶의 진솔한 향기가 묻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 |
박슬기 학생기자 tmfrl13@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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