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이 고향이라는 택시 기사가 말했다. “요즘 천안에서 가장 뜨는 지역은 신불당(천안 서북구 불당동)이에요. 집값도 많이 올랐고, 맛집도 많아요. 천안역 쪽으로는 천안 사람들 발길이 끊긴 지 오래죠. 젊은 시절엔 주로 여기 명동거리에서 놀았는데….”
대도시의 기본 요건은 인구 50만 명 이상이다. ‘사통팔달’ 천안은 2004년 인구 50만 명을 돌파해 대도시 반열에 올랐다. 현재 인구는 64만9000여 명(2017년 10월 기준). 전국 도시 20위권 안에 드는 충남 유일의 도시다.
그러나 천안의 원도심인 천안역 일대(천안 동남구 중앙동·문화동)는 천안이 팽창하는 동안 반대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북부·불당·쌍용·청수지구 등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도심 기능이 원도심에서 이들 지역으로 이전해 간 탓이 크다. 시청(2005), 교육청(2008), 세무서(2010), 법원과 검찰청(2017)이 외곽으로 빠져나갔고, 2004년 원도심 외곽에서 천안아산역이 개통하면서 교통 구심점 역할도 약해졌다. 천안 인구가 31만여 명에서 64만여 명으로 2배 증가하는 사이(1990~2016년), 원도심 인구는 3분의 1로 감소했다. 3만5000여 명이 살던 원도심에 이제는 1만1000여 명만 거주한다.
스타벅스가 비켜가는 동네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천안 원도심. 공공시설과 함께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옛 동남구청 부지(왼쪽)와 낙후된 상업 지구가 마주 보고 있다. [강지남 기자]
“천안역 주변은 일반 상가와 전통시장, 지하상가 등이 밀집한 상업 지구입니다. 그런데 원도심 쇠퇴로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아요. 이를 타개하고자 이 지역에 새로운 주거 시설을 공급해 정주(定住) 인구를 늘리려는 겁니다.”(이경열 천안시 도시재생과 재생시설팀장)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 원도심의 주말 유동인구는 320명에 불과하다. 한편 바로 이웃한 신부동의 주말 유동인구는 1466명으로 4배나 많다(신부동에는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이 있다). KTX·SRT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열차가 천안역에 정차한 뒤 전국으로 뻗어나가지만, 교통 요충지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천안 원도심으로 유입되는 외부 인구가 미미한 것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천안점이 원도심 내에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한적한 영화관’으로 명성(?)이 높다. 영화관이 입점해 있는 건물의 나머지 임대 공간은 비어 있은 지 오래라고도 한다. ‘상권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스타벅스 매장이 천안에 10여 개 있는데, 모두 원도심을 비켜간 곳에 위치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노후 건물을 고쳐 쓰는 것만이 꼭 도시재생은 아니”라고 말한다. 주거지역 도시재생이라면 기존에 있던 빈집을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천안 원도심과 같이 애초에 주거 시설이 없던 상업지역은 거주자를 늘릴 목적으로 새로운 주거 시설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거주자가 늘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