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한양대 도시대학원장
정부가 서울과 인접한 4, 5곳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계획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은 것 같아 매우 조심스럽다.
가장 원론적인 이유로는 인구감소시대의 도시개발 방향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이 계속된다면 2100년경에는 우리나라의 인구가 2000만 명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 우리나라 도시들, 특히 지방중소도시들의 지속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해진다.
도시는 한 번 건설하면 공간적으로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신도시 건설은 신중해야 하며, 인구감소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인구가 줄어들고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도시 시설의 효율적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앞으로 도시개발은 외연 확장을 지양하고, 내부에서 밀도를 높이거나 유휴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도시를 건설하면 결과적으로 혼잡의 광역화에 따른 사회비용이 더욱 크게 발생할 것이다. 신도시의 자족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기존 자원의 효율성도 따져야 한다. 2014년 미분양아파트 4만379채 중 51%인 2만565채가 비수도권에 있었다. 그러나 2018년 7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아파트 6만3132채 중 비수도권에 86%인 5만4300채가 몰려 있다. 사람들의 거주 선호가 수도권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3기 신도시가 건설된다면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질 것이고 지방도시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3기 신도시의 건설은 이와 상반된다. 인구가 집중되면 그에 따라 자본도 자연히 이동할 것이므로 결국 국토의 불균형 발전은 오히려 심화될 것이다. 반면 새로 생길 신도시들이 강남의 수요를 대체하기에는 지리적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