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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명훈 한국도시재생학회 회장
2019-03-12 14:07:19 조회수4252

“도시재생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민간과 정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

한국도시재생학회의 학회장으로 새롭게 취임한 이명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도시개발경영ㆍ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 학회장은 도시의 노후ㆍ쇠퇴화에 대비하는 재생전략 모색과 더불어 지역성을 살리면서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도시재생으로 영역이 확장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명훈 한국도시재생학회 회장, 한양대 교수/  안윤수기자 ays77@

△지난 1일부터 한국도시재생학회를 이끌고 있다. 학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도시재생학회는 지난 2015년에 창립된 단체로, 도시재생의 개념을 정립하고 도시재생사업의 전국적 환산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도시재생사업의 의미를 동네 골목길 넓히기, 담장 허물기, 시장 정비하기, CCTV 설치하기 등 과거 도정법 내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같이 좁은 범위로 한정 지어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도시재생사업의 일부일 뿐이다.

도시재생특별법(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도시재생사업 분야에는 도시개발법에 따른 도시개발사업,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 및 재정비촉진사업, 항만법에 따른 항만재개발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도 포함된다.

우리 학회는 도시재생사업의 육성과 추진을 위해 필요한 방향성에 대해 업계와 정부에 적극적인 조언을 건네겠다. 이를 위해 일반적인 학회 활동과 함께 연간 5∼10회 정도 전국을 순회하며 도시재생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진단한다면?

도시재생사업은 크게 근린재생형과 경제기반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근린재생형은 쇠퇴한 중심상가지역과 근린생활 지역의 주거 및 업무, 상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에 각지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 등의 활동이 펼쳐지고 있으며, 도시재생의 초석을 다지는 현 단계에서는 적절한 방향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법에서 추구하는 만큼 더 약진해야 한다. 기존 도시에 새로운 경제기능을 도입하거나 기존 기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경제기반형으로 그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경제기반형의 경우, 해당 지자체의 재정 능력과 시장 여건 등 사업이 가능할 만큼 잠재력을 갖춘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에 면밀한 수요 분석을 통해 사업지를 발굴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 사업이 육성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는가?

이웃나라 일본의 도시재생사업 전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본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도시재생을 만들어냈다.

지난 1985년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5개국이 각국의 환율을 높이기로 합의한 ‘플라자합의’를 체결한 후, 일본은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양적완화에 나섰고, 부동산과 주식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83년 부동산 가격이 100이라고 가정하면 이 가격이 350까지 뛴 것이다. 그러나 버블이 꺼지며 이 지수가 70까지 폭락해버렸고 기업체과 은행들이 줄줄이 도산하며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정부는 불량채권이 된 토지를 양질의 토지로 바꾸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낸다. 그 방법은 깐깐했던 고도제한을 풀어주고 용적률을 과감히 높여주는 방식이다. 지난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만든 데 이어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를 위한 법률인 ‘수도권정비법 및 근기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을 만드는 등 과감한 규제완화가 이뤄졌다.

 

△고밀도개발을 추진한다면 도심집중 현상이 가중되지 않았나?

물론이다. 이는 대도시를 육성하는 것으로 자칫 빈익빈부익부를 조장시키는 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아니면 일본이 살아날 길이 없다는 판단에서 여야가 힘을 보탰다.

개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에는 단순히 부동산경기 살리기 위한 방안이 아닌 도시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플 등 글로벌기업이 아시아권을 총괄하는 헤드쿼터 지사를 유치할 수 있을 만큼의 도시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실제, 아시아권의 헤드퀘터 지사의 70% 정도가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지역에 머물고 있다. 전체의 40%정도가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있는 반면, 일본은 싱가포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좋은 오피스 환경을 구축해주는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가 걸렸다. 현재 일본 도쿄 경제의 1번지로 꼽히는 마루노우치 일대가 이렇게 육성된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곳은 일본 도쿄역 건너편에 위치한 위치한 곳으로, 일본 황거가 가깝다는 이유로 고도제한이 불과 31m로 설정돼 있었다. 용적률이 900%였지만, 고도제한 때문에 용적률을 최대치까지 채우는 것이 어려워 개발이 용이하지 않아 건물의 노후도가 심했으며, 근무환경 역시 열악했다. 그러나 과감한 규제 완화로 용적률이 1300으로 늘어났고, 일부 건물에서는 용적률이 1700∼1800까지 되도록 고도제한도 풀리며 지금의 모습으로 갖춰지게 된 것이다. 롯폰기힐스와 같은 도쿄를 대표하는 복합 공간도 십여년 간 정체돼 있다가 이 시기 개발이 탄력을 받아서 들어서게 됐다.

 

  

 

△업무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았을지 결과가 궁금하다.

개발 균형이 맞춰지기 위해서는 양질의 주거환경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현재 롯폰기힐스 등은 월세가 600만원∼4000만원에 달하는 고급 복합시설이지만, 도심이 더욱 활성화되고 글로벌 헤드퀘터 지사가 들어서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개발계획이 수립될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 내에서는 과감한 개발 허용으로 2003년이 도래하면 과잉개발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양질의 오피스 환경과 함께 주거환경이 갖춰지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가 창출되며, 정작 개발 환경이 갖춰진 이후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최근에도 각종 지원법을 별도로 만드는 등 규제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불어 도쿄, 나고야, 오사카 대도시권을 시속 600km로 달리는 ‘리니어신간센’으로 연결하는 ‘슈퍼메가리전’을 형성해 거대한 도시경제권을 구축해 국토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실패한 사례는 없는가?

고밀도 개발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실패 사례가 있다. 요코하마의 경우, 인구의 4분의 1이 동경으로 출퇴근하는 등 도시의 자족기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요코하마를 독립적으로 발전시키고 수도권 기능을 분담하기 위해 ‘미나토미라이21 (미래항구21)’이라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수요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생각보다 육성이 잘 안됐다. 이 사업에 투자된 막대한 재정으로 인해 때문에 요코하마시는 엄청난 빚에 허덕이고 있다. 치바시 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추진됐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도시에서 하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했다가 큰코다친 사례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방안이 있다면?

국유지 개발 역시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고밀도 개발과 함께 민간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토지 개발을 위한 사전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도쿄 미드타운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이곳은 원래는 일본 방위성이 있던 곳으로 국유지를 개발한 지역이다. 이 부지는 민간에 매각하기 전 3곳(동경시, 미나토구, 방위성)의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용도별로 업무, 상업, 주거, 위락 등의 지구단위계획을 미리 짜서 개발이 용이하도록 만들어 놨다. 현재 이곳은 롯폰기힐스에 이어 롯폰기의 명소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방식을 참고해 국유지와 철도부지 등을 개발한다면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희용기자 hyong@, 사진 안윤수기자 ays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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