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재정비 촉진사업, 도시개발법에 따른 도시개발사업,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역세권 개발사업,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상권활성화 사업, 항만재개발 사업….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된 재생 사업의 종류는 이처럼 다양하다. 도시 중 어디를 성장시키고 어디를 억제할지 결정하는 걸 두고 성장 관리라고 한다면, 도시재생은 성장 관리의 한 방법이다. 도시재생이라는 말을 흔히 쓰고 있지만, 때로 그 의미를 한정하거나 왜곡해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6월 12일 서울 한양대에서 한국도시재생학회장인 이명훈 교수(한양대 도시공학과)를 만나 도시재생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1914년 문을 연 도쿄역 뒤로 마루노우치 지구가 보인다.| 도쿄관광 공식 누리집
“성장 관리 패러다임 시기 따라 달라”
-도시재생의 의미는 무엇이며, 과거와 현재의 도시재생 방법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습니까?
=우리가 과거에는 신도시 개발을 많이 했잖아요. (도시의) 바깥에서 개발을 많이 하는 성장 관리 방안 중 하나를 이용한 거죠. 기성 시가지 내부에서 주택 공급을 하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하는 것이 신속하고 돈도 적게 들 수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개발하는 것에 따른 이익, 내부에서 개발했을 때 얻는 이익, 공익과 사익 등 다양한 이익을 비교해봤을 때 과거에는 신도시 개발, 즉 외곽 개발의 비중이 컸습니다. 그때는 외곽 개발이 더 의미 있고 비중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 것이죠. 외곽을 개발하다 보니 최근에 와서는 기성 시가지인 원도심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난개발이 일어난 것이죠. 기본 시설의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발하면 일어나는 문제가 난개발입니다. 국도 43호선 중에 분당과 용인 사이에 난개발이 일어났어요. 분당의 기반 시설을 이용하려는 개발들이 일어난 거죠. 신도시 개발이 과거에는 좋았겠지만 현재는 원래 정주지와 상업지가 쇠퇴하면서 최근에는 기성 시가지 안쪽을 손대서 복원 재생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구가 늘게 되면 도시화가 일어납니다.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사람, 활동,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 시설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토지가 그것입니다. 도시화는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많이 모여 도시 인구가 커지는 것인데, 인구 증가와 함께 활동의 양과 종류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필요한 시설의 종류와 양이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개발을 했다면, 지금은 양호한 농경지 등이 다 훼손되면 후손들이 어떻게 살겠느냐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깥을 두고 안을 (도시재생) 하자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성장 관리의 패러다임이 늘 똑같은 게 아니라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요.
-현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은 어떻게 보는지요?
=서울에서 재개발을 되도록 지양하자, 뒤로 미루자는 것인데 그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재개발을 안 하면 안 되는 곳도 있지요. 도로가 없거나 겨우 사람 한 명 다닐 정도의 도로가 깔린 곳이라면 가만 놔두면 화재 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의 백사마을이라는 곳 들어보셨나요? 한동안 백사마을도 문화적 가치가 있다는 말들을 했습니다. 보존의 가치가 있기에 그대로 보존하고 조금씩 길을 내주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백사마을을 서울시가 전면 재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이 어떤 방식을 원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서울시는 최근 주민 생각을 따라주는 방향으로 잡은 것 같아요. ‘무조건적인 재개발이 좋다’ ‘그냥 두는 것이 좋다’, 이는 외부인이 할 이야긴 아닌 것 같습니다.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어야 합니다.
“문화, 공동체, 일자리 등 세 가지 재생”
-재개발을 한다면 세입자 이주 대책 등 과거보다 다양한 점에서 보완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대책을 세워야죠. 재개발되면서 임차인들은 어렵게 되고 토지나 건물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결과가 옵니다. 이익을 본 계층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도 생기죠. (세입자들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주거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들한테는 불행입니다. 그건 분명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조금만 손대면 되지, 뭘 다 바꾸려 그러느냐고 하느냐는 분들도 있고 개보수하려니까 너무 힘들기 때문에 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는데, 저 같은 경우엔 보존해야 할 것들은 남기되 무조건적인 보존이 최우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시재생은 포괄적인 개념인데 재개발과 정반대 의미로 한정하거나 왜곡된 뜻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의 도시재생이 어느 정도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단계라는 표현은 그렇고,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경제 성장이냐, 문화 재생이냐 이렇게들 말하는데 그 시기의 상황, 그 시기의 정권이 뭘 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영국과 일본은 비슷한 경제적 상황, 거품 경제를 겪었어요. 땅값이 1984, 1985년부터 7~8년 정도 올라갔다가 1993년에 수직 낙하했습니다. 영국도 일본도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웠죠. 영국의 경우는 템스강 개발을 많이 했는데 그 시기에는 필요한 것이었어요. 지금은 우리나라도 마을 만들기, 커뮤니티 중심의 재생 못지않게 중요한 게 경기 활성화입니다. 저는 커뮤니티 중심의 재생도 필요하지만 경기 활성화를 통한, 나아가서는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재생도 균형 있게 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도시재생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문화 재생, (공동체) 커뮤니티 중심의 재생, 그리고 일자리 경제 재생이 있죠. 일자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민간의 도움 없이 일자리가 창출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민간의 도움은 절실히 필요합니다.
▶6월 12일 만난 한국도시 재생학회장인 이명훈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황거 근처 마루노우치도 도시재생”
-도시재생에 있어 일본의 사례를 든다면 어떤 예가 있을까요?
=일본의 마루노우치 지구라고, 황거와 도쿄역 사이에 있는 길쭉한 땅이 있습니다. 이 지역이 원래 천황이 살던 곳(황거) 근처여서 모든 건물 높이가 31m 이하로 제한됐습니다. 일본의 경제 심장인 곳인데 굴지의 대기업은 다 여기에 있어요. 임대료가 굉장히 비싼데 고도 제한에다 건물들이 너무 오래됐죠. 이건 아니다 싶어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오다이바 임해 부도심을 만들었어요. 바다에 접한 부도심을 개발한 것인데 오피스, 상업, 위락시설을 많이 집어넣었어요.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기업들이 가지 않은 거죠. 결국에는 마루노우치 지구의 허용 용적률을 높여주면서 새 건물들이 생겨났습니다. 마루노우치 지구 도시재생을 하면서도 꼭 보존해야 할 것들을 보존했어요. 새로 지은 건물 속에 보존해야 할 건물을 씌운 사례도 있습니다. 새 건물이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끌어안은 격이죠.
-앞으로 도시재생학회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길 바랍니까?
=도시재생은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특정한 방법만이 도시재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정부, 국민도 그렇고 모든 사람이 균형 있게 재생의 가치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서울은 서울 나름대로 뭔가를 해야 하고 서울과 지방이 똑같이 갈 수만은 없습니다. 규모 있는 도시,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갈 도시는 그 도시의 방식에 맞춰서 해야 합니다. 지금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조건적으로 개발하자고 하는 이야기로 오해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일본 항구도시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21’은 실패했어요. 서울에 붙은 인천처럼 도쿄에 붙은 항구도시가 요코하마죠. 요코하마 인구의 약 25%가 도쿄로 출퇴근하고 사실상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도시입니다. 수도 기능을 요코하마로 가져오자고 해서 바다를 매립해 세 개의 축을 만들어 크게 개발했는데 실패했어요. 요코하마는 사람이라든가 업무지구를 끌어들일 만한 힘이 없었던 것이죠. 아까 얘기했던 오다이바도 비슷한 경우고요. 현재 요코하마의 재정난은 엄청납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어요. 마쿠하리라는 지역에 업무 중심 지구를 개발했는데 모두 실패했습니다.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부채로 남았죠. 경제, 경제 외쳐서 기업 끌어들인다는 이유로 아무 데나 개발을 하면 안 됩니다. 지역 특성에 맞게 재생해야 합니다.
글·사진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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